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25-11-03
소석 구지회 갤러리 일백헌 이탈리아 초대전 / 전시 1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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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존재의 경계를 건너는
선(線)과 여백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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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35.5*19cm

소석 구지회 갤러리 일백헌 이탈리아 초대전

2025년 11월,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의 갤러리 일백헌(Galleria Ilbaekheon Via Marzocco)에서 한국 문인화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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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36*25.5cm

한국의 전통 서예와 문인화가 지닌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소석 구지회 선생이 11월 8일(토)부터 12일(수)까지 색채와 구성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서도, 그 안에 자연과 인간, 그리고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작가의 최근 경향을 집약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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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39.5*24cm

획과 컬러, 그리고 자연을 향한 유희

구지회 선생은 “먹과 붓을 이용하여 단순하게 그리기를 모색하고 있으며, 칼라도 3∼4가지만을 사용하여 단순함을 극대화한다”는 예술 태도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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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36*25cm

그는 유희(遊戱)하듯 화면 위에 곤충, 개구리, 사마귀, 호랑이 등을 등장시켜 자연을 의인화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한국 문인화가 전통적으로 담아온 자연,선비문화의 정서에서 출발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회화의 감각으로 풀어내면서 ‘그림 속 자연’이 아닌 ‘자연의 감각으로서의 그림’을 목표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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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37.5*19.5cm

“누군가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작품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그는, 작가 고독의 자리에서 출발해 화면 위에 삶의 여운과 그 끝자락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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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36*25cm

평범 속의 비범, 소박함의 언어

평범한 사물이나 장면을 비범하게 만드는 태도는 그의 작업 전반에 흐르는 중요한 미덕이다. 그는 “가장 평범한 것을 가장 평범하지 않게 그린다”는 말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요약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은 화려한 묘사보다 붓 자국의 흔적과 여백의 존재감이 강조되어 있으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림 앞에서 천천히 머물게 만든다. 그 공간 안에서 우리는 자연의 바람소리와 땅 위의 숨결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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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5*23.3cm

그의 문인화는 전통적 형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점(點)과 선(線)이 만들어내는 리듬에서 심상(心象)이 드러난다는 평을 받아 왔으며 , 서예적 윤곽과 회화적 감각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화업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작품집 출판을 병행해, 자연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시간이 만들어낸 예술적 깊이를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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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4*24.5cm

한국 문인화, 그리고 현대적 실천

구지회 선생은 허의득, 현중화 선생에게 사사하며 전통 서예와 문인화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1988년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연구과정을 수료한 뒤, 한국문인화협회·그림벗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으며  국내외 다수의 개인초대전과 단체전에 참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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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예술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서예와 문인화가 가진 정신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하나의 실천이다. 예컨대 먹의 번짐, 붓 끝의 흔적, 여백의 공간이 보여주는 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라는 감각이며, 곤충 한 마리, 개구리 한 마리가 지닌 생명은 ‘생각하는 자연’으로 업그레이드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 문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전통성에 기반하면서도 변화의 얼굴을 가진 작품들은 국내 미술시장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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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미학

“자연을 주제로 하면서 그 자연을 인격화시키고 해학적인 방법으로 인간이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문장에는 구지회 선생이 전시를 통해 전하려는 핵심이 담겨 있다.
관람객은 갤러리 안에 들어서면서 지우개처럼 지워지지 않는 자연의 궤적을, 그리고 그 궤적이 붓 끝에서 이미지로 환생하는 순간을 체험하게 된다. 칼라는 제한되어 있지만, 제한 속에서 피어나는 색채의 집중은 오히려 이미지가 갖는 밀도를 높인다. 선이 깃든 여백은 허전함이 아니라 사유의 울림이며, 작품 하나하나가 “그림이 되어버린 자연의 숨”인 것이다.
전시가 열리는 5일간의 일정은 짧을 수 있지만, 그 여운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마음속 한 켠에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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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이번 전시는 단지 그림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자신과 자연, 그리고 예술의 관계를 다시 물어보게 하는 ‘여백의 철학’이다. 붓 한 획, 칼라 한 톤, 그 사이의 여유가 던지는 질문은 오래 머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가을의 끝자락, 이탈리아의 예술도시 피에트라산타라는 낯선 풍경 속에서 한국 문인화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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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소석 구지회 이탈리아 갤러리 일백헌 초대전
-기간: 2025년 11월 8일(토) ~ 11월 12일(수)
-장소: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일백헌 Galleria Ilbaekheon (Via Marzocco 39-55045 Pietrasanta Ita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