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3-01-05
솔뫼 이희영 개인전, 5번째 이야기 <마음을 새겨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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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방하고 독특한 현대 한글서예를 추구해온 솔뫼 이희영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마음을 새겨내는 일>이 충북 청주시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1층에서 20221213()부터 1218()까지 엿새 동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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澹泊明志 寧靜致遠 (담박명지 영정치원)


이번 전시에서는 2020년부터 코로나가 이어진 3년 동안 틈틈이 작업한 전각 작품 중 선별한 30여 점이 선보였다. 재료학을 다룬 이 작가는 중국 전각석, 우리나라 해남석, 큰 벼루와 남한강 상류 장돌 등 다채로운 소재를 전각돌로 삼아 전각 작품을 만들고, 작품을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날인을 확대해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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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飛御天歌-2 (용비어천가-2)

 

이희영 작가는 지역에서 열리는 전각 전시가 드물다.”, “보통 전각을 그림이나 글씨에 찍는 용도로만 생각하는데, 전각 자체로서 작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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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음을 새겨내는 일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작품에는 기독교의 믿음•소망•사랑과 불교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비롯해 아내 박희선 시인의 시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문장 등 평소 이 작가가 아끼는 글귀를 고유한 필체로 함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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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선 시인의 「생일」


한편 이희영 작가는 서예가이면서 전통한지제작자이기도 하다. 그는 한지를 만드는 솔뫼공방을 운영한다.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방마루에서는 종이를 뜨기 위한 닥나무, 닥풀(황촉규)을 재배한다. 한지재료를 수확해서 삶고, 껍질을 벗기고, 표백하고, 종이를 뜨는 과정이 겨울에서 봄까지 이어진다. 그는 직접 공들여 만든 한지에 글씨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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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선 시인의 「주마등」 


2007년부터 전통한지를 복원하고 있는 이희영 작가는 전통한지 재현을 필생의 업으로 삼은 장인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 성종본 복권사업에 한지제작 및 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현재 방마루 전통한지 연구소를 운영하며 천연 쪽염색 한지인 감지(紺紙)와 상지(橡紙)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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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亭 (세심정)


이 작가가 서예를 배우기 위해 붓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는 도자기에 빠져 산에서 몇 년 동안 도자기 빚는 법을 배웠다. 1996, 다소 늦깎이로 전북 익산시에 있는 원광대학교 서예학과에 입학해 석사 과정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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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華九曲 (옥화구곡)


현재 한국서예단체총연합회 충북지회 기획이사, 한국서예협회 충북지회초대작가·청주지회 초대작가 및 이사로 활동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동안 칡·볏짚·억새 등 자연 소재 붓을 사용하거나 먹에 아크릴 등을 섞어 쓰고, 종이가 아닌 재료에 글씨를 쓰는 등 기상천외한 재료를 전시에 동원하며 다양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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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者樂水仁者樂山 (지자요수 인자요산) 


이 작가는 2023년 전각과 한지, 재료를 활용한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는 시필자의 마음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 꼭 글씨가 많아야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전시 목적에 맞는 종이를 만들어 가면서 재료를 선정하고, 문방사우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이 작가는 아내 박희선 시인의 시집 출간에 맞춰 아내의 시를 글씨로 쓰고 그림을 그린 시화전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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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4.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솔뫼 이희영 개인전

5번째 이야기 <마음을 새겨내는 일>

 

전시기간 : 20221213() ~ 1218()

전시장소 :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1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 122번길 67)

문의: 043-223-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