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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3-09-13
김정민 초대전 <훈민정음, 삶의 소리>

동양의 아름다움을 현대 감각으로 형상화 해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여온 설초 김정민 작가의 개인전 <훈민정음, 삶의 소리>전이 서울 종로구 부암동 하랑갤러리에서 2023912()부터 24()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갤러리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우수성을 소개하며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역할에 집중해온 하랑갤러리의 초대전으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 김정민 작가는 훈민정음글자를 작가만의 독특한 전각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 17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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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580년 전 세종대왕이 108자의 언해문으로 지은 한글은 선물이라며, “108자로 만들어진 훈민정음언해본의 서문에는 백성의 번뇌와 고통이 사라지고 자비가 퍼져 나가길 바라는 세종의 편민(便民) 사상이 깊이 내재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작가는 나무로 한글 자모를 깎고 색을 여러 번 입힌 다음 한지에 이것을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훈민정문 서문에서만 108글자를 만들었는데, 학계에서도 한글창제 과정에서 세종대왕이 신미대사와 함께 불교에서 중생의 번뇌를 108가지로 분류한 백팔번뇌를 서문의 글자 수로 담아냈다는 설이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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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글자는 뜯어 놓으면 하나의 조형물이다. 쓰는 글에서 손으로 만지는 글자가 된다, “글자를 만들고 붙이는 작업은 무척 재미있다. 글자마다 고유한 정서와 섬세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디테일을 살리다 보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내가 찾은 즐거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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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자가 배치된 작품은 멀리서 보면 점으로, 가까이에서 보면 의미를 가진 형태로 중첩되어 보인다. 낱자를 뜯어서 문자인듯 디자인인 듯 정리한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김 작가는 우주 만물이 생성과 소멸로 순환한다는 순환적 자연철학을 곧 한글 제자의 기본 철학으로 본다. 그래서 한글은 천지만물을 묘사할 수 있고 우리의 모든 생각과 사유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글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받아 적거나 표현할 수 있는데, 이는 곧 한글이 우주만물의 순환적 체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명력을 잉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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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주제로 삶의 소리를 삼은 데에 대해 김 작가는 한글 전각 관련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한글의 미학 요소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의 형상, 자연의 소리, 음양오행이 반영된 순환적 자연철학을 바탕으로 한글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잘 인지해야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한글은 자연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흐름 속에서 무궁한 전환이 가능하다. 한글은 창제 이후 한국인의 삶의 소리, 삶의 사계절 그 자체가 되었고, 한국인에게 기운생동의 힘, 삶의 근원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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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여러 불안정한 상황을 경험했다. 그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괴로움을 삭히는 과정이었다. 그 상황이 선물이 되기도 한다, “일상생활도 작품의 생명력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일상이 쌓여서 작가만의 색감, 구도, 표현양식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세월이 흘러 작가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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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가까이에서 본 사람들은 그가 같다고 말한다. 꼼꼼하게 작업하다 보니 작업이 더디게 나아가기도 하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잘 살펴가며 작업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108글자를 발견하면서 하나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서서히 이뤄갈 수 있는 변화가 진정한 변화다. 곰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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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김 작가는 코발트 블루 색감을 활용해 푸른빛으로 핀 꽃을 표현하려고 했다. 한글이 가지고 있는 색을 꽃 피우고픈 마음이었다. “보라빛 작업을 마무리하는 와중에 불안정했던 일도 잘 해결됐다. 작업도 선물이고 나의 번뇌도 풀어진 셈이다. 선물이었다. 전시를 찾는 분들에게도 선물 같은 전시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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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은 구절초처럼 보라빛의 변화를 담은 선물’, ‘자향같은 작품의 색감에서 가을을 느낄 수 있다. <훈민정음, 삶의 소리>전은 가을에 잘 어울리는 선물 같은 색감을 담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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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설초 김정민 작가는 2022 스위스 취리히국제아트페어, 코엑스 조형아트페어, 서울아트쇼, 부산 국제아트페어 등 아트페어에 20여회 출품했고, 2009~2021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2022년 대한민국죽농예술상 신진작가상, 2019년 한국미술협회 미술문화상을 비롯해 죽농서화대전 우수상, 매일서예대전 대상, 통일서예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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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작가는 한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며, “외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소재다. 여러 해에 걸쳐 꼼꼼하게 조금씩 변화해 가면서 훈민정음언해본=김정민이 인식될 때까지 진지하게 작업하겠다고 밝혔다.

 

김정민 작가는 남은 2023년 한글 전각 관련 논문을 마무리하고 12월에는 서예와 올해 전시작품을 선별해 충남 보령시 보령문화의전당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2023.09.13.

한동헌

 

 

<전시정보>

 

김정민 초대전 <훈민정음, 삶의 소리>

 

전시기간:

2023912() ~ 924()

(11-5,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하랑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845, 1F )

문의: 02-365-9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