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3-10-04
아성 신명숙 서예전


오랜 기간 자형의 꾸준한 변화를 꾀하며 한글 서예의 중심을 모색해온 아성 신명숙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 전관에서 지난 2023912()부터 20()까지 일주일 동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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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7세를 맞은 신명숙 작가의 희수전의미를 갖는 이번 전시에는 궁체 작품을 중심으로 110여점이 전시돼 작가의 50년 작품 활동에서 궁체의 변모를 정리해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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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숙 작가는 강약의 조화와 자연스러운 율동미, 그러면서도 원숙과 강한 절제의 미를 확보하며 궁체 흘림을 자신만의 우아하고 단아한 서체로 만들어 내 이른바 아성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 작가는 초기에는 한문 서예와 문인화 작업도 했다. 결혼 후 육아 기간을 지나며 한글을 쓰면서 한글에 매료되었다, “궁체는 조형상 완전해서 자모음 변화를 실험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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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이씨 편지글 / 53 x 41Cm, 2023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한글 명필가로 꼽히는 서기 이씨의 글을 옮긴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 번 출궁한 상궁은 다시 상궁이 될 수 없었지만 서기 이씨는 글씨를 잘 써 제23대 왕 순조의 정비 순원왕후가 다시 입궁시켰고 순조의 세자 익종의 왕비 신정왕후 곁에서 왕실의 한글 공문서 작성, 왕족 편지 등을 대립한 서사상궁 직책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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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 조용선 새벽기도 / 42x55Cm, 2023


신명숙 작가는 궁체의 큰 스승이신 사후당 윤백영 여사께서 산돌 조용선 선생님께 궁체에 도움이 될 상궁들이 쓴 편지 글씨와 종이를 주었는데, 영광스럽게 이 종이에 서기 이씨 글씨를 보고 썼다고 설명했다. 순조 임금으로부터 그의 삼녀인 덕온공주,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 선생, 다시 산돌 조용선 선생과 아성 신명숙 작가로 이어져 내려온 귀한 한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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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매화가 꽂힌 달항아리 그림 아래에 도산십이곡 중 6곡을 쓴 작품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신 작가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다도산 선생이 매화를 좋아했는데 저녁에 수련원 유리병에 꽂힌 매화를 보고 마음에 남아 도산가를 썼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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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과 조병화, 이해인, 도종환의 시 등 자연을 다루고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는 시구들을 선정해 아름다운 궁서체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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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성 신명숙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일찍이 일중 김충현 선생을 사사했다. 심산 노수현 선생을 모시고 산수화 공부를 했으며 한글은 목락 김명실 선생과 인연이 되어 갈물한글서회와 주부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산돌 조용선 선생으로부터 편지글을 비롯하여 한글의 여러 고전들을 공부하였으며 소헌 정도준 선생을 만나 한글 고체와 한문 서예도 익혔다. 홍석창 선생과 문인화 공부를, 김진세 교수와 이론 공부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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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대한민국미술축전, 서화아트페어를 포함해 여러 초대전과 단체전에 출품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대전을 비롯한 공모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또 원광대학교 서예과, 수원대학교 조형미술대학원 서예과, 예술의전당 서예아카데미에 출강한 바 있다. 논문으로 한글 서체가 궁체로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종성의 변화를 발표했으며, 조선시대 한글서예와 문인들(공저), 남창별곡(공저), 백발가 취몽록(공저)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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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숙 작가는 “2024년에는 여생 동안 작업을 어떻게 할지 정리하겠다“’이 글씨는 신명숙 글씨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름의 글씨를 완성해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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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인전 이후에도 신 작가는 한글 서예 보급에 힘쓴 갈물 이철경(자매 꽃뜰 이미경) 선생이 1958년 설립한 갈물한글서회의 서회전과 국제서예가협회 회원전, 묵향회 초대전 등 단체전 출품도 이어갈 예정이다.


2023.09.27.

한동헌 기자

 

<전시정보>

 

아성 신명숙 서예전

 

전시기간 : 2023914() ~ 920()

전시장소 : 백악미술관 1,2,3층 전관

(서울 종로구 인사동916)

문의: 02-734-4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