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3-11-09
계명시민교육원 개원 3주년 기념 <근원 김양동 기증 작품전>


서예와 전각, 그림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담아내며 새로운 예술 분야를 개척해 온 원로 예술가 근원 김양동 작가의 기증 작품전이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1층 동곡실에서 20231018()부터 1118()까지 한 달 동안 열리고 있다.

 

KakaoTalk_20231109_124242360_01.jpg


계명시민교육원 개원 3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팔순을 맞은 계명대학교 김양동 석좌교수가 진흙 판에 그림을 새겨 굽고 한지에 떠내는 기법으로 만든 서예 작품 37점이 선보였다. 전시 작품은 모두 계명대에 기증한 것들이다.


KakaoTalk_20231109_124242360.jpg


근원 김양동 작가는 올해 팔순이 되면서 봉직했던 학교에 작품을 기증해 몇 십 점이라도 한군데 모아 놓고 싶었다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이번 기증전에 선보인 작품들은 먹과 색의 중층 작업으로 도상을 얻은 후 그 여백에 화제(畵題)처럼 글씨를 써서 완성했다. 서예와 전각, 그림을 혼용하는 복잡한 작업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작가의 법고창신(法古創新)’ 정신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스물 여섯 살에 서예에 입문해 쉰 세 살이 되어서야 첫 전시를 한 것도 제자들에게 새로운 것을 내놓는 모범이 되고 싶어서 였다고 회고했다.

 

KakaoTalk_20231109_124242360_02.jpg


김양동 작가는 한국 미학의 원형을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문양에서 찾았다. 그는 천손족(天孫族)인 우리 겨레가 태양을 사유의 원형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 문양은 빗살이 아니라 빛살’”이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있어 빗살은 우리 문화의 바탕이고 전통 서예 획의 시작이다. 그가 25년 연구 끝에 펴낸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 2015)은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근원 김양동 작가는 철농 이기우 선생을 비롯한 여러 선학들로부터 서예와 전각, 한문, 한국미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으며, 계명대학교 서예과 교수와 미술대학 학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또 서예와 전각을 통한 전통문화 계승과 미술 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동아미술상, 황조근정훈장, 일중서예상을 수상한 바 있다..

 

KakaoTalk_20231109_124242360_03.jpg


한편 김 작가는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대학에서 서예학과가 사라지고 경기대학교 한 곳만 남게 된 것을 걱정한다. “중국도 문화대혁명 때 서예를 버렸다가 지난 2013‘10대 국수(國粹)’를 정하면서 그 첫째에 서법을 뒀다그 이후 중국 각 대학에 서예학과가 100개 가깝게 생겼는데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서예가 단순히 글씨의 미학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붓을 도구로 하는 수련을 통해 인간의 사유와 감성을 다스리는 인문 행위라고 강조한다.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손가락의 운용이 퇴화할 뿐만 아니라 인문 정신도 퇴화한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에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서예의 중요성을 재인식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3.11.08.

한동헌

 

 

<전시정보>

 

계명시민교육원 개원 3주년 기념

근원 김양동 기증 작품전

 

전시기간 : 20231018() ~ 1118()

(~토요일 오전 10-오후 5)

전시장소 : 계명대학교 행소박물관 1층 동곡실

(대구광역시 달서구 달구벌대로 1095)

문의: 053-580-69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