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24-01-15
석송 이종호 개인전 <선시 초서소요전>

동양 사상과 철학을 자신만의 초서로 표현해온 석송 이종호 작가의 개인전 <선시 초서소요전>이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오는 2024123()부터 28()까지 엿새 동안 열린다.

 

2015년 개인전 이후 팬데믹으로 연기를 거듭하다 새해를 맞아 열리는 네 번째 개인전에는 스님들의 선시와 옛 성현들의 글을 소재로 쓴 초서 작품 40점이 선보인다.

 

이종호 작가는 “'소요(逍遙)'란 장자가 본 부정정신의 다른 표현이며 '노닒'이란 자유의식을 통한 실천적 자유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소개하고, “선시의 주제가 마음을 내려 놓고 풀어 놓으라는 것인 만큼 장자의 소요와 크게 다르지 않고 초서와도 잘 어울린다며 이번 개인전 주제를 선시 초서소요전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동양 문화에서 불가의 선과 도가의 선, 유가 문화가 정신적으로 소통한다고 보고 유학자가 선시의 개념을 잘 풀어낸 한시까지 작품에 포함하고 있다.

 

독보유방외 진각혜심시는 작가가 초서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성현들이 잡아 놓은 초서의 틀을 벗어나 스스로의 습법으로 글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01.jpg獨步游方外 眞覺慧諶 詩 (독보유방외 진각혜심시) 


매월당 김시습 시작품은 날렵한 초서 보다 예서의 필획을 가미해 지속성에 신경을 썼다. 작가는 시의 내용이 내 마음과 똑같았다. 애써 산을 올라보니 저 멀리 푸른산이 또 있더라는 원문을 온힘을 다해 산을 올라보니 저 멀리 또다른 산이 있더라고 변용해 썼다고 소개했다.

 

매월당-김시습-시.jpg

梅月堂 金時習 詩 (매월당 김시습 시) / 200×70㎝


독산해경구 도연명은 헤진 붓끝으로 글씨의 꼴만 살리고 비백 처리를 한 작품이다. 김찬호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 작품의 전체적인 조형 특징에 대해 긴장과 이완의 조화, 드러남과 드러나지 않는 사이의 공간을 보는 것, 서체호통(書體互通)에 있다"며 이를 잘 드러낸 작품으로 '독산해경구'를 꼽기도 했다.

 

독산해경구-도연명.jpg

讀山海經 句 陶淵明 (독산해경구 도연명) / 78×21㎝×2


대작 '곽암화상십우도송'은 중국 송대 승려 곽암화상이 선의 요체를 열 개의 게송과 선화로 표현한 저술을 소재로 삼았다. 작가는 잃어버린 소를 찾는다는 뜻이 좋아 내 느낌대로 펼쳐 놓았다고 소개했다. 글을 읽고 문장 내용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그 감성을 작품으로 담아내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종호 작가는 초서(草書)자가 풀초, 민초라는 거친 의미를 가진다. 고관대작으로부터 처음 발전한 것이 아니라 하급 관리와 민간에서 초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소개하고 정제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예술적, 심미적 가치가 있다. 초서를 통해 그동안 공부해온 동양 사상과 철학을 풀어낼 수 있는 선질의 변화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초서 작품에 집중하면서 전서, 예서의 선질을 초서에 얹어서 표현하는 시도도 해 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인전에 대해 이종호 작가는 졸작이지만 그 동안 고민한 산물들을 부끄럽게 내놓는다문자는 그림에서 왔다. 의식적 형상화 이전에 자연의 사물을 본뜬 느낌을 담은 초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초서는 차려 자세가 아니라 행간을 흔드는 글씨인데, 산들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느낌, 돌을 던지면 튀어 오르는 느낌, 땅콩 줄기를 뽑아내면 토실토실한 땅콩이 딸려 나오는 느낌과 같아서 일반 대중은 가독성 없는 어려운 글씨로 보지 말고 그림처럼 느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석송 이종호 작가는 1994년 중국 안휘성에서 열린 한중서화교류전과 1996년 취묵동인 연하엽서전, 2017년 전북세계서예비엔날레, 2019년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안중근의사 서거100주년 한중교류전 등 여러 단체전에 출품해 오고 있다. 현재 한국서예협회 이사와 대구지회장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구 수성구에서 단허서예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 그가 지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서예협회 대구지회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특별기획전은 오는 10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퇴계전>으로 여섯 번째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 작가는 자기 세계를 펼치고 있는 전국 서예인 100여명을 모실 예정이다. 안동 한지 장인이 만든 순수 우리 한지를 작가에서 배송해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 한국국학진흥원 후원으로 열리는 이 전시는 퇴계 선생 유묵 작품으로 구성해 전국 서예인이 교감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종호 작가는 초서소요를 주제로 목가적이고 도가적인 내용을 쓴 우리 성현들의 순수 한시 2백편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2-3년 내에 마무리해 해동한시 초서소요 1, 2한 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4.1.15.

한동헌

 

<전시정보> 

석송 이종호 개인전 <선시 초서소요전> 

전시기간 : 2024123() ~ 128()

전시장소 :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달서구 공원순환로 201)

문의: 053-6060-6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