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0-07-08
매계 영주십경展

제주의 절경을 서()로 화답하다


서예가 죽림 김영선, 한천 양상철, 죽림서주 정웅표가 모여 제주의 아름다운 장소 열 곳을 노래한 시에 글씨로 화답하는 <매계 영주십경>을 열었다. 영주는 신선이 산다는 뜻의 제주의 별칭이다. 조선 시대 문인이었던 매계 이한진(梅溪 李漢震, 1823~1881) 선생이 제주의 빼어난 자연경관 열 곳의 이름을 정하고 읊어서 매계 영주십경(瀛州十景)이라고 한다. 일부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제주를 대표하는 명소로 소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영주십경을 보고 느낀 작가들의 소회를 서예 작품 35(합작 포함)에 담아냈다서예가 3인은 연령대와 행서초서에 주력한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하나씩 살펴보면 작가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1 죽림 김영선 성산출일 50x135cm.jpg

죽림 김영선, 성산출일(城山出日) · 50x1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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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김영선, 정방하폭(正房夏瀑) · 40x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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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 김영선, 추사선생수성초당에 부쳐 · 40x40cm


죽림 김영선은 글씨를 써 내려간다는 느낌을 준다. 한 글자 한 글자 획의 방향을 찾기 위해 멈춰있는 시간이 느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특히 넓게 펼쳐진 사라봉의 저녁노을처럼 <사봉낙조> 작품 역시 막힘이 없다. 글씨의 크고 작음, 갈필 등 이른바 강약 중간 약 완급조절과 자연스러운 장법 구사는 마치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것만 같은 율동감이 있다.


4 한천 양상철 성산출일 33x30cm.jpg

한천 양상철, 성산출일(城山出日) · 33x30cm


5 영실기암(靈室奇巖) 33x33cm.jpg

한천 양상철, 영실기암(靈室奇巖) · 33x33cm


6 추사시 영주화북진도중 30x90cm.jpg

한천 양상철, 추사시 영주화북진도중 ·  30x90cm


한천 양상철은 조금 더 과감한 구상이 돋보인다. 평소 다양한 장르의 조합과 재구성을 시도하는 작품 활동 스타일이 이번 전시에도 나타난다. 먹의 농담과 약간의 뒤틀린 글자 배열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재미난 요소를 준다. 또한 붉은 현무암 풍화토로 만들어낸 적갈색을 사용하여 제주의 향토적 특색을 반영하였다. 섬이라는 지형적 조건이 만들어 낸 제주 고유의 문화적 특색일 것이다. 작가가 제주도에서 활동하며 느낀 바를 담아낸 색감이 시선을 끈다.


7 죽림서주 정웅표 성산출일 40x40cm.jpg

죽림서주 정웅표, 성산출일(城山出日) · 40x40cm


8 녹담만설 鹿潭晩雪 40x40cm.jpg

죽림서주 정웅표, 녹담만설(鹿潭晩雪) · 40x40cm


9 추사시 운외거사 몽게의 뒤에 쓰다 46x180cm.jpg

죽림서주 정웅표, 추사시 운외거사 몽게의 뒤에 쓰다 · 46x180cm


죽림서주 정웅표는 부드러운 필세 안에서 절제된 획 맛을 구사한다. 획이 탁탁 끊어 치며 나아가는 모습은 힘의 절제를 요구하는 검도를 떠오르게 한다. 글자 하나하나 멈춰서는 듯 발을 딛지만, 박진감이 넘치는 작품으로는 <산방굴사> 두 작품을 꼽고 싶다. 유연함과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표현한 절제미는 글의 흐름을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감을 만든다.

 

서예가 3인의 합작(合作)을 포함하여 개개인의 영주십경 작품에는 작가의 내공이 묻어난다. 같은 시를 읽고 저마다의 글씨로 탄생시킨 과정은 제주의 명소를 서로 다른 감각으로 해석해보는 시도였고, 영주십경의 실경을 도록에 실어 현장감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현재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으니 직접 제주의 정취를 느끼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더욱더 좋을 것이다.

 

 뉴스 링크 : 서예가들이 본 제주 자연, '매계 영주십경전'

(https://www.kctvjeju.com/news/view.kctv?article=k159624)



2020. 7. 8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초청 매계 영주십경전

기간 : 2020. 6. 30() ~ 7. 26()
장소 :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전시문의 : 064-710-7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