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19-11-06
수민 김명석의 모던 캘리그라피전 ‘조화부조화’

 다름이 있어야 서로가 빛이 난다.

 

수민 김명석의 모던 캘리그라피전 조화부조화는 서예가 목인 전종주 선생께서 호남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정년 후 서예인들의 왕성한 발표장과 지역문화 예술발전을 위하여 개관한 모긴 미술관(전국 등록미술관)에서 초대전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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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OS 78×143


작가가 전시를 여는 이유에는 단순히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서나 개인의 실력을 검증받기 위해서 혹은 예술을 매개체로 사회와 소통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수민 김명석 작가의 모던 캘리그라피전은 점과 획에 시대성을 담은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현실의식과 현실참여’, ‘유토피아와 실제의 사이등 작가의 이전 개인전 주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조화부조화라는 주제 아래 다름-부조화-사랑-조화순으로 작가가 바라보고 느끼는 세상을 이야기하며, 조화를 위한 방향성을 함께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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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MONY 1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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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FFERENCE 400×120


70억 개의 각기 다른 세계관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다름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래서 어쩌면 다툼과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다름을 인식하고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작가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쟁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타인을 존중할 때 평화와 사랑이 가득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개인과 개인의 조화로운 관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마음다스리기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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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BBLE 200×120


서예와 현대미술 또한 다른 예술 장르이지만, 점과 획, 문자를 근간으로 하는 서예의 속성을 현대 미술과 접목하여 모던 캘리그라피라는 새로운 장르로 작업을 이어가게 되었다. 먼저 <CHAOS>작품은 먹의 농담을 활용하여 다름과 혼돈을 극명하게 나타냈다. 하지만 동시에 따라오는 먹 번짐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게 만든다<HOPE>라는 작품에 잘 나타난다.

또한, 영문으로 작업한 <HARMONY>, <BALANCE>작품, 그리고 문자를 썼지만 하나의 추상화로 보이는 <LOVELYLOVE> 작품은 전통적인 서예 기법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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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POLY 35×70


서로가 달라서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모든 사람의 생각과 습관, 행동이 같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창과 방패를 이야기하는 모순(矛盾)은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때때로 우리는 모순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창과 방패는 서로가 있어서 각자의 존재가 빛이 난다. 나와 너가 달라서 조화를 이야기할 수 있음을 서예와 현대미술이 함께 만들어 낸 모던 캘리그라피로 풀어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2019. 11. 05.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수민 김명석 모던 캘리그라피

기간 : 2019. 10. 3() ~ 10. 16()

장소 : 모긴미술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