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20-05-15
인중 이정화 첫 번째 개인展 <덕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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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 이정화 작가는 경기대학교 서예과를 졸업하고 대중강연 및 드라마영화 대필 등 다방면으로 서예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이번 첫 번째 개인전과 함께 에세이 일희일비하는 그대에게를 출간하며 독자와 소통하는 길도 마련하였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의 노력뿐만 아니라 어미 닭이 밖에서도 알을 쪼아줘야 한다. 작가가 서예로, 말로, 글로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은 작가의 알을 깨어준 많은 어미 닭 덕분이라며 덕분에를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였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그만큼 작가의 노력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씨가 지금의 작가를 만들었을 거다. 작가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사건도 작가만의 이야기로 붙잡아 들려주는 재능이 있다. 세상 만물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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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작품 창작에도 반영된다. <연화>: 벼루를 덮어둔 종이 위에 물든 먹물은 꽃이 되고, <일월오봉도>: 이합지에 스며든 먹물은 숲이 된다. 우연은 그렇게 인연이 되어 작가의 품으로 온다. 그러나 모든 작품의 이야기를 우연성에서 찾는 것은 아니다. <논어> 원문 약 16천 자를 갑골문으로 집자(集字)하여 죽간에 작가의 서체로 작업하였다. 기본을 충실히 하는 과정은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만 거짓이 없는 나를 마주하게 한다. 그래서 자연을 이야기하고 감사함을 알고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진실한 작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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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에 쓴 <하하하하 웃으시네> ‘산 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동시 작품은 정말로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한다. 순수한 어린이 글씨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더욱 보람차고 풍성하게 만든다고 하던데 8살 아이의 글씨에서 예술의 의미를 깨닫는다. 작가는 지금도 일희일비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고백하지만 그런 작가 덕분에 사람들은 예술을 알게 되고 글씨의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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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의 참신한 아이디어로는 x-ray로 촬영한 영상작업이 돋보인다. 도구로 소비되는 붓이 목적이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붓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시간이었다. 대나무 붓 마디가 마치 손가락 마디처럼, 손에 쥐여진 붓이 또 하나의 손가락처럼 느껴졌다. 보지 못했던 붓의 이면을 통해 붓과 나의 접점을 찾게 되고 다 같은 자연 안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외에도 낙엽을 모아 흙으로 만들어 쓴 작업, 한국의 세계 일주를 함께한 장구에 글씨를 쓴 작업, 거울에 비치는 상형문자 작업 등에서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작가만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솔직하고 친절하게 작품을 설명하고 싶다는 작가는 계속해서 서예의 대중화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2020. 5. 15
객원기자 최다은



 

<전시 정보>

인중 이정화의 첫 번째 개인전 덕분에

기간 : 2020. 5. 5() ~ 5. 10()

장소 : 갤러리 보고시포

문의 : 02-2138-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