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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18-01-06
바라캇 서울, ‘인스퍼레이션 시리즈’ 첫 번째 전시 개최

<수행하는 문자, 문자의 수행자>

 

바라캇 서울이 지난 1216일부터 2018128일까지 <수행하는 문자, 문자의 수행자>전시를 개최한다. ‘인스퍼레이션 시리즈는 바라캇 갤러리가 보유한 최정상급 고대 예술품 컬렉션에 영감을 받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함께 협업하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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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3인의 국내 타이포그래피 작가 안상수, 노지수, 이푸로니의 작품과 세계 각국의 고대문자 예술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문자의 예술적이고 제의적인 성격을 조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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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문자 이전의 상징이 담긴 고대 유물과 수메르의 쐐기문자, 이집트 상형문자나 상스크리트어를 포함한 총 40여점의 주요 고대 예술품을 선보인다. 또한 한글의 조형성을 끊임없이 실험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시각디자이너인 안상수, 독특한 시각으로 한글의 조형성에 접근하는 노지수, 이야기와 상징의 기호들을 실험하는 이푸로니 작가의 작품이 함께 변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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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글자를 일고 쓰는 능력이 곧 권위와 특권의 상징이었고 각 문자에 담긴 의미는 주술과 같은 힘을 가졌다고 믿었기에 문자와 책은 모두 신성시되었다. 이 때문에 당시 문자를 다루려는 인간은 능숙해질 때까지 수행(修行)’을 거듭했고, 인간이 다룬 문자는 여러 가지 소임을 수행(遂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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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자는 실용적인 수단인 동시에 예술작품이었고, 더불어 제의적 도구로 사용되는 다양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문자는 그 쓰임에 있어 점점 실용성과 보편성이 강조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그 형태는 단순하고 추상적으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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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문자예술의 전통을 이어받아 그 정신을 현대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으로 되살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의미 전달의 수단이라는 실용적 기능을 넘어 문자를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장인과 현대의 타이포그래피 작가의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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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作 - 날자. 날자. 159x194cm


안상수(1952- ) 작가는 한국의 시각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이다. 홍익대학교 시각 디자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응용 미술학 박사 학위 및 영국 킹스턴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1985년 한글 탈네모틀 글꼴인 안상수체를 발표하여 한글 디자인 발전에 기여했다. 한글과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은 글꼴 디자인, 타이포그라피, 편집디자인, 벽면 드로잉, 설치 작업, 퍼포먼스, 실크 스크린 등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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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수 作 - 락, 시저스, 페이퍼1 75x109cm


노지수(1976- ) 작가는 미국 시애틀 태생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각 디자이너이다. 버클리 대학에서 건축 전공으로 학사 학위,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 대학교 조교수로 재직하며 AGI(Alliance Graphique Internationale )멤버, 한국 타이포그라피 학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특히 최근 한국적인 공간에 대한 개념과 해석을 탐구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포스터 디자인, 구조물 등 매체 실험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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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푸로니 作 - 주술적 문자 42x42cm


이푸로니(1979- ) 작가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시각 디자이너이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중고등 학교를 요르단에서 보냈으며,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시각 디자인 전공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자연과 동식물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이미지와 이를 상징화한 기호, 형태변형, 변이, 순환의 모습과 풍경을 탐구해왔으며 최근 이런 모습들을 악보처럼 기록하고 패턴화한 서사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홍익 대학교 디자인 학부 시각 디자인 전공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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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캇 서울은 최정상급 고대 예술품 컬렉션을 보유한 150년 전통의 바라캇 갤러리가 런던, 로스엔젤레스, 아부다비에 이어 지난해 10, 서울에 오픈한 새로운 전시 공간이다. 고대예술에 집중에온 바라캇 서울의 인스퍼레이션 시리즈’ - <수행하는 문자, 문자의 수행자>를 통해 옛 흔적과 새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적 다양성, 새로운 해석, 이질적인 문화의 교차와 충돌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2018. 1. 4

취재 김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