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Preview]

2018-03-12
『궁체 활자-김충현과 최정호』

서예가와 디자이너의 만남 


최정호의 궁체 도안과 김충현의 궁체 글씨를 한자리에 선보이는 전시가 개최된다. 김현일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백악미술관 1층에서 31일부터 314일까지 2주간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살아온 환경과 활동한 분야가 전혀 다른 두 사람, 김충현과 최정호 그리고 그 연결고리인 '한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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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1921~2006)은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저항하며 신학문으로부터 철저히 단절된 환경 속에서 한글서예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던 서예가로 후대의 서예가들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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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가 디자인한 궁체 활자의 구조요소


한편, 최정호(1916~1988)1934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일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광고에 사용된 글자 디자인을 보고, 한글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한글 활자체 디자인에 평생을 헌신한 인물이다. 일제라는 역사적 시련 속에서도 김충현과 최정호가 가졌던 한글에 대한 사명감은 단연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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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이 1970년대에 이르러 실제 교류가 이뤄지게 한 것은 바로 궁체였다. 김충현은 궁체를 한글서예의 근간으로 여기고 궁체 서법을 정리한 서예교본을 다수 편찬했다. 최정호는 이러한 김충현에게서 한글 고유 글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바로 이때 김충현의 글씨를 참고해 궁체를 디자인했고, 결국 그 특징이 활자에 반영되어 현재 우리가 디지털 매체에서 사용하는 궁체로까지 이어져 내려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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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현의 글씨와 최정호의 활자

(좌)김충현  (우)최정호


전시 구성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1장에서는 궁체가 형성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김충현이 자신의 서법을 완성하는데 참고한 한글 문서들을 선보인다. 이어 2장에서는 김충현과 최정호의 궁체 비교를 통해 글씨가 활자화되는 과정에서 반영된 부분과 변화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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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장에서는 최정호가 개발한 궁체 폰트를 어떻게 계승, 보완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무심코 사용해온 폰트 안에 담긴 우리의 한글 궁체를 되새겨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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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체는 한글이 지니고 있는 붓글씨로서의 멋과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글씨체이다. 세로쓰기에 최적화되어있어 현재의 쓰기 문화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가장 오래된 한글 서체인 만큼 앞으로의 한글 글꼴 개발을 위해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서예가와 디자이너 사이의 작은 교류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글 궁체가 보다 많은 글꼴디자인에 접목되어,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하길 바란다.

 

2018. 2. 23

김지수 기자

 

< 전시 정보 >

궁체 활자-김충현과 최정호

기간 : 2018. 3. 1 ~ 3. 14

장소 : 백악미술관 1

기획 : 김현일

주최 : 일중기념사업회

후원 : 세종대왕기념사업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