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Review]

2018-04-05
각인각색展


대구예술발전소 초대로 지역에서 전각의 가능성을 찾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전각전 made by srtists-각인각색(刻人各色)전이 315일부터 415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5층 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들은 계명대학교에서 서예를 전공한 이들로 지역의 서예, 전각 문화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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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篆刻)은 문자의 시공간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작은 방촌(方寸)안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각가(篆刻家)라고 하면 한자 서체 중에서 전서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하여 금석학에도 조예가 깊어야 한다. 전각예술은 방촌의 공간에서 문장이 내포하고 있는 함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자를 잘 안배하고 구성하여 문자예술의 극치를 이룬다. 서예가 인간의 심성 표현을 하는 것이라면, 전각은 사유의 결정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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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현실의 고민을 항상 품고 있던 작가들은 이번 초대전시를 통해 소요(逍遙) 소통(疏通) 동락(同樂) 심상(心象) 창신(創新) 정성(精誠)이란 각자의 무기를 꺼내어 함께 해결점을 찾아보려 한다.

 

각인각색(刻人各色) 전시장에 들어서면 타이틀에서 느껴지듯 작가들이 평소 애호하는 인재(印材), 각풍(刻風), 인문(印文), 형식 등 전각예술을 대하는 작가들의 고민의 흔적이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각인각색전은 따뜻한 문장을 차가운 돌과 칼로 새겨 흩어진 흔적과 시간을 모아 각자의 매력을 담은 전각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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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일 작가의 작품 <>은 전서와 예서를 혼합한 자체(字體)로 새기면서 자법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생각>은 한글이지만 봉니(封泥) 형식을 취하면서 고박미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그는 전각작품을 활용해 생활용품을 제작하여 전각예술의 실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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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작가는 작가로서의 일상을 돌아보며 <바쁜 듯이 느긋하게>, <늦지 않다>는 문장으로 소통의 메시지를 전하며 제백석의 칼맛과 도흔(刀痕)의 자연미를 창작의 바탕에 두고 있다.

 

민승준 작가는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전등 작품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에서 ''의 가로획을 반복해 아리랑 고개의 험준함을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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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모 작가의 전각 작품에서는 고아미(古雅美)를 분출하고 있으며 종이나 액자 선택 등 작품 형식에 있어서는 현대적이고 실용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다. 오지혜 작가는 주역의 기본 괘이자 하늘, , , 불을 상징하는 4개의 괘()인 철학적인 <乾坤坎離>를 소재로 하였는데 괘의 반복적인 패턴에서 디자인적인 미감이 돋보이고 있다.

 

이재욱 작가는 <연화문>, <동다완> 등 한국적인 심상을 가진 소재로 소박미를 담고 있으며 일관된 작가 자기만의 미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이 정 작가는 직접 한 땀 한 땀 손바느질을 하고 금문(金文)의 조형성을 극대화한 작품 <富貴榮華>에서 전각의 다양성과 격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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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 작가는 인문(印文)을 선택함에 있어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단어인 <安寧>, <이 집에 평화>, <반듯하게> 등으로 관람객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고자 하였으며 엄격한 장법을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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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1층 로비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인장에다 인고를 얹히고 칼로 직접 새기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어려운 전각이 아니라 재미있는 전각이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작가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오늘날의 예술은 소통이라는 주제를 지향하고 있다. 대중적이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소통에서 대중화로 나아가는 소중한 밀알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18. 4. 2

글씨21 편집실


<전시 정보>

각인각색

기간 : 2018. 3. 15 ~ 4. 15

장소 대구예술발전소 5층 스튜디오

 

<참여 작가>

김대일김현미민승준박광모박세호

오지혜이재욱이 정장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