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BOOK TITLE]

2017-04-25
감성을 담은 타이틀

감성을 담은 타이틀책 디자인의 완성

캘리그라피와 만난 타이틀이 독자의 마음을 이끌다

 


 화제의 드라마 도깨비’ 의 책 출판은 출간과 동시에 모든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다드라마 속 두 주인공의 중요한 연결 수단으로 등장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또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123.jpg

: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사진제공=알에이치코리아),

우: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사진제공=예담 출판)

 

 서점 가판대에서 독자와 처음 대면하는 책표지는 책이 갖는 내용을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포함하면서 개성과 독창성이 요구된다. 급속한 시각화 속에서 책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중요도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표지디자인의 역할은 대두되었다이에 캘리그라피는 기존의 획일적인 디지털 폰트에서 벗어나 신선함을 추구하려는 독자들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도깨비와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가 이 사례에 속한다.  

 

 

80년대 베스트셀러 표지에서의 캘리그라피 적용사례

 표지디자인에서의 캘리그라피는 현시대뿐만 아니라 과거에서도 적용 사례를 볼 수 있다. 1981년 발행된 옛날 옛날 한옛날’ 은 이창우 작가 자신이 수갑을 차고 끌려가는 표지사진과 검정색 바탕에 대비되는 붉은색의 붓글씨를 타이틀에 적용하였다이는 그 시대의 흑막의 역사와 책이 담고 있는 자극적인 표현 수위를 상징한다.

1985년 발행된 처음을 위하여 마지막을 위하여’ 의 타이틀은 명조체를 사용하여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의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였고일러스트에 한글과 한자를 조합한 캘리그라피를 삽입하였다신약성서의 일부를 붓글씨로 표현하여 작가의 신념을 유연하고 감성적으로 표현하였다.  

 

 

123123.jpg: ‘옛날 옛날 한옛날’ (사진제공=두레),

: ‘처음을 위하여 마지막을 위하여’ (사진제공=자유문학사)

  

 80년대의 베스트셀러 성향을 살펴보면 먼저독자들은 고도성장에 따르는 여러 문제들을 여과 없이 드러나는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이에 민주화 운동이라는 혁신적인 시대적 배경과 많은 정치적 사건을 표현하기 위해 캘리그라피를 사용하여 역동적이게 나타내었다또한에세이시집미래예측서는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물질 만능주의 확산으로 인해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을 감성적인 글씨로 작업하여 그들을 위로하였다.

 

 

90년대 베스트셀러 표지에서의 캘리그라피 적용사례

 1995년 발행된 고등어’ 는 캘리그라피를 사용하여 제목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였다전통적으로 써 오던 붓글씨의 개념에서 발전하여 조형적으로 묘사하는 글자 예술의 형태를 띠이게 되었다이는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기능으로 인식되게 하였다.

1996년 발행된 축제는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캘리그라피류의 서체가 더해져 역동적인 분위기를 주고 있다밝은 공간웨딩드레스 등 긍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는 흰색의 색채를 사용하여 활기찬 느낌을 준다.


 

123123123.jpg: ‘고등어’ (사진제공=웅진출판),

: ‘축제’ (사진제공=열림원)

  

 표지디자인에서의 캘리그라피는 계속해서 많은 발전을 거듭하였다. 90년대 IMF로 인한 실업률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인하여 불안과 혼란스러운 시대였다따라서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책 보다 가벼움과 일상성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 등을 다루는 출판물이 두드러졌다밝은 분위기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캘리그라피의 콜라보나 붓의 유연함으로 따뜻하고 감성적인 타이틀로 독자를 끌었다.

 

 

00년대 베스트셀러 표지에서의 캘리그라피 적용사례

 2001년 발행된 상도(商道)’는 푸른 계열의 배경과 판화 느낌의 나무 일러스트에 商道’ 를 집자하여 쓴 글자가 어우러져 고전적이면서 옛스럽다.

2005년 발행된 황진이는 제목의 세로쓰기와 서체에 율동성을 부여하여 리듬감 있게 표현하였다붉은 계열의 배경과 붓 느낌의 황색 꽃의 조화가 타이틀을 부각시킨다.

 

 123123123123.jpg

: ‘商道’ (사진제공=여백)

: ‘황진이’ (사진제공=이룸)

 

 

 2000년대에는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유행하여 드라마로 제작되는 등 인기 저자들의 소설시장이 크게 성장하였다주인공 이름이나 키워드를 붓으로 타이틀 작업하여 이들을 더욱 부각시켰다이는 오늘날 캘리그라피와 디지털 폰트를 혼용하여 작업하는 것으로 발전하여 디자인적인 미와 강조 효과를 동시에 보는 추세이다.

 

 

 이러한 캘리그라피의 표현은 정형화 되고 딱딱한 느낌의 디지털 폰트보다 우리 정서에 부합되어 한국적인 감성을 자극한다작가의 손에서 나오는 부드러움과 자연스러운 형태는 기존 서체에는 없는 독특함을 창출하여 독자의 시선을 끌고 감정에 호소하기에 충분하다. 80·90·0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디자인 환경 속에서도 꾸준한 캘리그라피의 사용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새로운 표현 세계로의 욕망이라 볼 수 있다그 결과캘리그라피는 책의 제목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로고(CI), 방송 프로그램과 공연영화축제의 타이틀간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어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이자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