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21

글씨와 놀다. 매거진 '글씨 21'

서예·캘리그라피

[Interview]

2021-12-07
제16회 경기대학교 서예학과 졸업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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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전경


16회 경기대학교 서예학과 졸업작품전이 지난 1110()부터 1116()까지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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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서예학과 학과장 / 서예전공 주임교수

장지훈


이번 졸업작품전의 주제는 '붓과 종이, 손이 만나는 시간 12시 30분 15초', 붓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을 시계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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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전시준비위원장 임시현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통서예, 현대서예, 문인화, 전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4년간의 배움으로 축적된 전통서예 작품과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창의적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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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일동


글씨21은 졸업전시준비위원회 임시현, 마지영, 이정민씨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전시 기획 의도, 서예에 대한 학생들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글로 남긴다.

 



때 : 2021. 11. 15

곳 : 갤러리 라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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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졸업작품전의 제목인 붓과 종이, 손이 만나는 시간 12:30:15’의 의미를 설명해달라.

 

이정민 : 글씨를 쓸 때 항상 같은 자세로 밤낮없이 뜨거웠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그 모습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했던 것이 시곗바늘이었습니다. 123015초는 모양을 의미하기도, 저희 열정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임시현 :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는 저희가 함께한 시간을 주제에 담고자 했습니다. 많은 추억 중 어떤 시간을 담아야 할지, 어떤 시간이 저희를 잘 나타낼지 고민을 하다가 같은 모습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글씨 쓰던 모습을 담기로 했어요. 그 글씨 쓰는 모습을 시계 속 세 개의 시곗바늘로 나타냈습니다. 붓과 종이가 만나 1230분이 되었고, 그 붓을 손이 잡아 15초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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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졸업작품전을 열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임시현 : 행사를 준비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큰 어려움이었어요.

 

마지영 : 코로나19로 공간적인 제약이 있어 교수님들에게 더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워요. 과실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간,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학생들과 작품을 공유할 수 없던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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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실기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이정민 : 실기 수업을 하면서 느낀 것이 교수님께 의지해서 배우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비대면 수업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깨우쳤다고 생각합니다.

 

임시현 : 정민이 말처럼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짐으로써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기 수업은 비대면이었지만,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리면 개인적으로 봐주셔서 작품 준비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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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강채연 · 霞庭愚書竝述 · 70×14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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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울 김보경 · 인선왕후편지글 · 70×159cm


Q. 졸업작품전을 찾은 관객들의 관람 분위기에 대해

 

임시현 : 딱딱한 졸업전시가 되고 싶지 않아서 졸업 전시 주제도 정하고 저희의 이야기를 많이 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서 작가와 관객이 하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정민 : 전시를 찾은 졸업생 선배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작품을 섞어서 디스플레이를 한 거 보면,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게 잘 보인다, 너희의 끈끈한 사이도 볼 수 있어서 보기 좋았다.’ 저는 이 말을 듣고 성공적인 전시였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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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 김찬휘 · 난초 · 19×12cm, 8×14cm, 25×18cm, 11×7cm, 9×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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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담 마지영 · 春日訪山寺 · 50×135cm


Q. 졸업 후 진로가 궁금하다. 동기들의 고민이나 진로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이정민 : 사실 이 길의 진로를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렇구나가 아닌 장단점을 말해주어서 말하기가 편하지 않아요.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해도, 대학원 이후의 진로까지 물어보는 역질문을 받으니까 동기들끼리는 이런 고민을 잘 나누지 않아요.

 

임시현 : 동기들을 보면 폰트 회사, 박물관 등의 취업을 생각하거나 학업을 이어나가는 친구들로 나눠지는 것 같아요.

 

마지영 : 서예를 계속하고 싶은 친구들은 많겠지만, 대부분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서 다른 계열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서예는 취미로 하되, 직업은 따로 갖자는 생각을 다들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서예를 더 공부할 계획이에요.

 

임시현 : 그런데 동기들과 얘기해보면, 다들 붓은 평생 놓지는 않을 거라고 해요.

 

이정민 : 졸업 후에 여러 가지로 뻗었다가, 결국 서예라는 한 가지로 다시 만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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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 이정민 · 風竹 · 50×20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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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 임시현 · 呑舟之魚 不游枝流 / 高飛 · 2.5×2.5cm / 1.8×2.0cm


Q. 현재 대학 서예학과가 경기대학교가 유일하다. 어떤 기분인가?

 

마지영 : 유일한 서예학과라는 점에서 자랑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착잡하기도 하고 불안한 심정이에요.

 

이정민 : 만약에 저희 학과도 더 축소되어 사라진다면, 앞으로 서예를 해나갈 때 후배가 없으니 원동력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후배들도 끌어줄 사람이 없다면 씁쓸할 것 같아요. 그래도 현재는 경기대학교 서예학과가 충분히 자랑스러워요.

 

임시현 : 저희가 서예학과를 대표하는 학생들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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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 한고은 · 刻_2 · 16x38cm


Q. 학생들이 바라보는 한국 서예계의 현실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달라.

 

임시현 : 학생으로서 느낀 바로는 그동안 너무 외톨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서예가 우리 사회에서 어우러지는 모습들이 활발히 보여서 서예학과 학생으로 기쁘고 뿌듯합니다.

 

마지영 : 진로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속상하지만, 지금은 캘리그라피 등 현대서예를 통해 많은 사람이 서예에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을 더 발전시키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임시현 : 덧붙이자면, 서예계 사람들은 정말 유대감이 깊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서예학과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로 정말 많은 사람이 도움 주셔서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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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7
글씨21

 

 

<전시정보>

16회 경기대학교 서예학과 졸업작품전

전시기간 : 2021. 11. 10() ~ 11. 16(화)

전시장소 :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