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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서 좋은 공간, 다자란소년[다락글방]
꽃 피는 사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제주도는 벌써부터 봄이 한창이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상 속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는 낭만적인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제주도, 바로 이곳에 내 집처럼 언제와도 편안한 공간 ‘다락글방’이 있다. 몸은 이미 다 자랐지만 평생 소년처럼 철들고 싶지 않다는 ‘다자란 소년’ 신동욱 작가의 작업실은 빨간색, 하얀색 목마등대로 유명한 이호테우해변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바다의 빛깔만큼이나 반짝이고 여유로운 다락글방에서 다자란 소년을 만나보았다.작가님, ‘다락글방’은 어떠한 곳인지요? 다른 아카데미와의 차별점이 있나요? - 사람들마다 작업실을 운영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저에게 작업실이란 집과 같은 공간입니다. 일을 하러 나오는 직장의 개념이 아닌, 집처럼 언제 와도 편안한 느낌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글씨는 몸과 마음이 함께 집중 되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서 심리적 안정감이 많이 필요한데 저는 되도록 주변을 정리 하고 시각적으로 안정된 공간 위에 종이를 펼쳐 놓는 편입니다. 딱히 운영 방침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저에게 작업실은 일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공부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또 사람들을 만나는 작은 광장이 되기도 합니다. 아카데미라고 질문을 하셨지만, 사실 제 수업은 학원의 성격을 가졌다고 하기 보다는 제 글씨와 철학에 공감 하시는 분들이 시간을 정하고 모여 함께 공부를 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뭐가 다르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학원을 ‘운영’하는 것과 글씨를 ‘공유’하는 것은 그 출발과 끝이 다르다고 봅니다.사실 작가 ‘신동욱’ 보다는 필명이신 ‘다자란 소년’으로 더 유명하신데요, 다자란 소년, 무슨 의미를 갖고 있나요?-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쉽게 설명 하자면 ‘철들고 싶지 않은 어른’ 이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많이 하고 질문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단순화 되는 것 같아서요. 이 필명을 지을 때쯤에는 나이를 먹는 것이 너무 싫었던 것 같습니다. 몸이 늙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괜찮은데 마음이 늙어서 딱딱해 지고 건조해 지는 건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 몸은 이미 다 자랐지만 평생 소년처럼 순수하게 글 쓰고 글씨 쓰고 싶은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캘리그라피 작업은 붓, 화선지 이외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작가님께서 요즘 관심을 갖고 작업하시는 재료가 있으신지요? - 저는 요즘은 거의 대부분을 붓만 가지고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예전에는 저도 흔히들 많이 쓰는 나뭇가지나 젓가락, 이쑤시개, 면봉 같은 재료들을 종종 썼는데 시간이 갈수록 우연의 효과에서 나오는 느낌 보다 붓을 통해 나오는 의도된 다양함을 더 찾고 즐기는 것 같아요. 아마 다른 분들도 자신에게 길들여진 붓이 있을 텐데 저도 마음에 드는 붓이 생기면 편식이 꽤 심한 편이지만 요즘은 전혀 길들여 지지 않은 다양한 붓을 써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그 외에는 오래전부터 친했던 딥펜을 좋아합니다. 미끄러지지 않아서 의도대로 쓰기에 참 좋거든요.캘리그라피의 단순한 붐이 아닌 서예의 한 부분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이 질문에는 우선, 캘리그라피가 아직은 서예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되지 않았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캘리그라피와 서예를 어떻게 구분 하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참 많습니다. 용어의 모호함도 한 몫을 하는 것 같고요. 이 얘기를 하자면 사실 캘리그라피가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캘리그라피를 정의하는 말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감성을 담은 글씨’입니다. 일정 부분 동의하고 일정 부분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편적 감성은 주로 ‘사랑, 희망, 위로’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감성’이라는 단어 속에는 ‘분노, 공포, 두려움, 떨림…’등 광범위한 인간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후자를 고려하지 않는 흐름 때문에 캘리그라피는 소위 말랑말랑한 감정의 예쁜 손글씨 정도로 확산 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글씨들이 너무 많고요. 이것이 캘리그라피다 라는 주장은 많지만 사회적 합의는 아직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캘리그라피가 서예의 한 부분으로 역사를 함께 하려면 융합이 필요합니다. 즉, 비전공자들은 전통서예의 맥락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해하고 공부하고 이어 가려는 노력과 함께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더해져야 할 테고, 원래 전통서예를 하시던 분들은 대중의 눈과 마음에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도가 더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캘리그라피를 한다고 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 취미로써의 글씨와 학문적, 예술적 측면에서의 글씨는 구분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서예, 캘리그라피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이 답변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입장을 나눠서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우선 가르치는 사람은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배우는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시필 할 때 보여주는 선 하나 하나를 모두 답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늘 준비 되어 있어야 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쏟아 붓고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방법과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글씨를 구성하는 원리들을 가르쳐야 추후에 혼자서도 자신의 세계를 열 수 있습니다. 또 배우는 사람들은 기본기를 튼튼히 익히면서 꾸준히 연습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업 시간에만 글씨를 쓰면서 왜 나는 발전이 없지? 라고 생각 한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업 시간에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꾸준한 연습뿐입니다. 배운 것을 연습하고 다시 수업 시간에 질문하고 상의하고, 이것이 선순환입니다.작가님은 광화문 교보문고 글씨, 세월호 글씨 등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특별히 애정이 갔던 작업은 무엇인지요? - 그동안 썼던 모든 글씨들이 다 자식 같고 애착이 가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글씨는 아무래도 ‘세월호’ 관련 글씨들 입니다.‘잊지말라 0416’,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외에도 꽤 많은 글씨들을 썼는데, 참사 직후에 많은 분들이 그러했겠지만 너무 이해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 그리고 분노까지 섞여서 다급한 심정으로 정신없이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부족한 글씨들 이지만 이 글씨들을 가지고 세월호를 잊지 않고 함께 행동 하는 많은 분들이 깃발, 현수막도 만들고 때론 옷과 손수건, 핀버튼까지 만들어 그 마음들을 이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어서 아마 평생 잊지 못 할 것입니다.서예와 캘리그라피의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혹은 작가님께서 꼭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 아직 역사가 길지 않은 캘리그라피가 장대한 역사의 서예와 조화롭게 융합이 되도록 하는 것이 큰 꿈입니다. 가끔 지인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한 100년이나 200년 쯤 흘러서 누군가가 21세기 한글 서예를 다루는 책을 쓴다면 그 안에 제 이름 석 자라도 담길 수 있도록 노력 해야지요. ‘그 시절에 그 사람이 이러 이러한 활동을 하면서 이런 영향을 끼쳤다.’ 하는 것이죠. 디자인의 요소로 사용 되는 글씨는 그 브랜드와 서비스에 최대한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순수 예술로써의 글씨는 ‘캘리그라피’라는 장르가 보다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것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하니 부단한 노력이 선행 되어야겠지요.평생 소년처럼 순수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 ‘다자란소년’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곳을 알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대중의 마음에 감동이라는 열매를 맺고 있는 신동욱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취재 성은하기자자료제공 다자란소년2017 봄, 광화문 글판_새로운 길세월호 참사 시민행동 촉구 이미지풍경달다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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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공간 ‘나라씨앤디’
감성적인 음악과 커피향이 가득한 우리의 아지트 추위가 주춤해진 겨울의 끝자락에, 대구 중구 명륜로23길 52에 위치하고 있는 감성아지트, 나라씨앤디연구소(NARAC&D연구소)를 방문하여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하루를 가졌다. 성연화 작가님의 작업실인 나라씨앤디연구소는 어릴 적 그녀가 항상 꿈꿔왔던 ‘나만의 아지트’라는 컨셉을 가진 감성 공간이다. 줄 맞춰 있는 책상과 서적이 가득한 서실의 느낌보다 감성적인 음악과 커피향이 가득한, 가끔은 맥주 한 잔씩 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누구나 편하게 글씨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여기에 차별점이 있다. 그 탓에 10대부터 7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함께 글씨공부를 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나라씨앤디연구소) 성작가님은 현장수업 뿐만 아니라 동영상강의도 병행하여 캘리그라피를 알리는데 더욱 힘썼다. 카메라 앞에서 오직 지식만을 전달하며 질문이 아닌 답만으로 가르쳐야 하는 소통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그녀는 진실된 지식과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녀는 수업을 진행할 때, 현재 느끼는 감정을 글씨에 담아내는 것을 첫 번째라 보았다. 물론 기초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는 말자는 것이 성작가님의 교육철학이다. 따라서, 그날 쓰고 싶은 글귀를 고르는 시간은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틈틈히 캘리작업을 하고 계시는 성연화작가님) 한편, 지금의 나라씨앤디연구소의 로고는 나무젓가락으로 작업한 것이다. 성작가님은 한 때 나무젓가락, 아크릴물감을 주로 사용하는 기법을 선호하였으며, 특히 나무젓가락을 통해 아날로그적이면서 순수한 느낌의 작업을 선호하였다. 또한, 아크릴 물감으로 다양한 색채와 폭 넓은 느낌의 작업도 진행하였다. 그러나 본연의 재료가 가장 좋은 법, 현재는 돌고 돌아 다시 붓과 먹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먹의 농도의 재미에 빠져, 우유와 다양한 약초를 끓여 물대신 먹물과 섞어 작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여럿 하고 있다. (나라씨앤디연구소 로고) 감성적인 공간에 걸맞은 재즈 풍 음악, 달달한 쿠키와 따뜻한 커피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연’ 머그컵 제작) 캘리그라피 수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캘리그라피를 꼭 배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초등학생부터 70대 이상 노인 분들까지 다양하게 수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제가 연령대 상관없이 느낀 점은, 글씨는 언제나 진실 된다는 것이었어요. 캘리그라피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누구도 글씨 앞에서는 솔직해 지고, 편안해 지거든요. 저는 캘리그라피라는 예술이 많은 사람들에게 요즘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배워서 꼭 그 결과물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지쳐있는 심리적인 마음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분들이 캘리그라피에 대해 관심을 가져다주신다면, 예술의 문화의 깊이가 좀 더 풍만해질 수 있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캘리그라피의 단순한 붐이 아닌 서예의 한 부분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처음 이 질문을 받고 많이 어려웠습니다. 이해를 어떻게 시키느냐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제 스스로 확고한 신념이 필요했거든요. 개인적인 제 생각은 서예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2015년 대구 북비산초등학교 서예&한국화 담당 예술 강사로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서예교육을 하면서 판본체, 궁서체의 임서를 통한 학습이 아닌 캘리그라피 접목을 통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붓으로 표현하게 수업진행을 했었습니다. 다만 재료는 ‘문방사우’ 그리고, 한국화 물감을 통해 다양한 색으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고,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글씨로 담아낼 수 있는 수업이었어요. 캘리그라피가 단순한 붐이 아닌 서예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안을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말로 표현하기 창피한 내용이 손글씨로 담아내면 마치 예술이 되는 듯 한 느낌이 있거든요.본연의 본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캘리그라피도 이야기를 담아내는 예술이 되어준다면 서예도 그렇게 출발한다면, 이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 까 생각해요. (성연화 작가님과의 인터뷰 장면)서예와 캘리그라피의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혹은 선생님께서 꼭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저의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아날로그적 감성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심리적으로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에 글씨가 들어가겠죠.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써내려가는 노래와 같다고 생각해요. 지금 느낀 이 감정을 손으로 써내려간다면 마음이 한층 깊어지고, 즐거운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런 작품을 하고 싶고, 저의 이야기로 공감하고 글씨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항상 글씨를 통해 나의 삶을 표현하고 싶고, 내가 느끼는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싶고, 이것이 전통을 놓지 않고 가는 길이기를 늘 꿈꾸고 살고 있어요.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문자예술의 다양함과 깊이를 알리고 싶어요. 이것이 전통 서예의 기본 본질에서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다양한 디자인도 해왔지만, 결국은 표현이 좀 더 자유로운 저를 찾고 싶은 것 같아요. 앞으로 저의 열정과 노력만이 답을 내릴 수 있겠지요. 그래서 계속 도전하며 열심히 하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저의 글씨로 소통이 되는 그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습니다. 그녀의 글씨를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날까지, 성연화 작가의 캘리그라피는 앞으로도 묵묵(墨墨)히 계속될 것이다. 취재 이자민 기자 꾀/ 2008년 현묵인전 출품作 시우(時雨)/ 2008년 계명대학교 서예과 졸업작품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