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묵연회 창립전 인터뷰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주었던 분야는 문화예술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화 예술 종사자는 그 어둡고 답답한 터널 속에서도 내적으로 더욱 단단해져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사단법인 한국서가협회(서가협)에 소속된 중진 그룹인 ‘한서묵연회’가 기지개를 펴고 서예 애호가들에게 첫 선을 보이고자 한다. 협회 내 중진작가들로 구성된 16인의 개성 있는 작가들이 어떤 내용으로 우리에게 메세지를 던질지 사뭇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이에 아연 정숙모(한서묵연 초대회장) 회장에게 한서묵연의 창립배경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질 - 한서묵연회 창립 배경이 궁금하다.답 - 20년 전, 당시 서가협회소속의 젊은 작가였던 15명의 작가들이 모여 <청연서회>를 창립하였고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어 좋은 작품을 발표하고 친목을 도모하여 한국 서단에 주목을 받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모임이 중단되어 많이 아쉬웠는데 20년이 지난 최근에 청연서회같은 모임을 하나 다시 만들어보자는 몇몇 분들의 의견이 있었고, 그 의견들이 모아져 <한서묵연회>가 창립되었다. 당시 멤버들 중에는 고인이 되거나 몇 분은 협회를 옮겼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서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진작가가 되어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질 - 한서묵연회의 회원 기준은 무엇인가?답 - 사)한국서가협회 초대작가로서 자기 색이 뚜렷하고 생각이 긍적인적인 작가 그리고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면서 뜻을 함께하는 작가군으로 조직되었다. 질 - 한서묵연회가 어떤 그룹이 되길 바라나?답 - 예술가의 길은 혼자서 가야하는 참으로 외롭고 힘든 길이다. <한서묵연회>는 청년작가와 중진작가로 구성되어 전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들로 구성돠었다. 따라서 선후배 간, 지역 간의 간극을 좁혀가면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작가로의 길에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질 - 첫 창립전을 열게 되는 소회는?답 - 사실 1년 전, 창립전을 열었어야 하는데 코로나 펜데믹의 영향과 회원 간 의견 조율이 원만하지 않아 창립전을 오늘에야 열게 되었다. 그 시간이 다소 길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서로 충분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더욱 감회가 남다르다. 이를 계기로 더 따뜻하고 더 단단해지는 모임으로 다져져서 이번 창립전이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질 - 서,화단의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면?답 - 4차산업혁명의 시대, AI의 시대라 불리는 현대에도 분명한 것은 서예가 한국미술의 한 축이라는 것이다. 서. 화단의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해왔던 전통예술이 현대 서양미술에 밀려 가치를 제대로 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라면 더 치열한 작업열정과 시대정신과 현대인의 미감에 부합하는 창신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려울 시기일수록 더 단단해 져야하고 창작의 열기는 더 뜨거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러 전시의 형태가 다양하게 표출되어야 하고 자아의 가치를 작품(전시)를 통해 발현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울러 시대 미감을 반영하는 노력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질 - 앞으로 이그룹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생각인지?답 -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회원들끼리 자주 만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1박 2일 등의 일정으로 지방 회원들과 교류도 하고 문화탐방(미술관, 박물관 등)이나 창작토론, 더 나아가 국제교류전 등을 통해 서로 배우면서 자기 작업에 대한 점검도 하고 발전의 계기도 많이 가졌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업을 위한 그룹이기 떄문에 위에 언급한 행위들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면서 작업의 내용을 한 단계 더 끌어 오릴 수 있는 그룹으로 진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질 - 한서묵연의 색체를 말한다면?답 - 16가지의 다양한 색을 지닌 회원들의 모임이다. 작품의 경향은 다 다르지만 작업에 임하는 이념은 하나인 것 같다. 이 서로 다른 색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자신이 지닌 빛깔이 한서묵연만의 특별한 색체로 융화되는 그룹이 되길 소망한다.. 질 - 전시에 임하는 작가의 자세와 앞으로 전개 될 전시의 방향은?답 -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이것이 서예다”이다. 회원들 모두 주제에 대한 부담감이 좀 컸던 것 같다. 다만 지금까지 했던 작업에서 더 많이, 더 깊이 생각하고 고뇌하여 주제에 다가가려 했다. 앞으로의 전시도 주제가 있는 전시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전시에 임하는 작가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량을 발현 할 뿐이다. 2022. 12. 06글씨21 <전시정보>한서묵연 창립전 <이것이 서예다>전시기간 : 2022. 12. 7(수) ~ 12. 13(화)전시장소 : 인사동 갤러리미래
갤러리 일백헌 수중 이종훈 초대전
- 평담진취平淡眞趣의 미학 - 김찬호(미술평론가) 맑은 향기 바람에 실려 문자는 기억이나 기록을 담아낸다. 문자의 쓰임이 기억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문자는‘시언지詩言志’로서의 시의 효용과 일치한다. ‘시언지’는 “시는 뜻을 말한 것이고, 노래는 말을 길게 늘여 읊조린 것이며, 소리는 가락에 따라야 하고, 음률은 소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여기에서‘지志’는 사람의 내면에 담겨있는 정감을 의미하며, 개인의 사상과 감정이 언어를 써서 표현될 때 시라는 장르가 생겨난다. 이 말은 상호텍스트성intertextuality을 말한 것이다. 상호텍스트성이란 하나의 대상에 내용과 형식면에서 비슷하거나 혹은 다르게 쓰인 두 개 이상의 글이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동일한 화제나 글감을 다루더라도 필자의 관점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여 서술할 수 있다.暗香浮動(암향부동) · 31×31cm<암향부동>은 필선에서 드러나는 절주節奏감이 맑은 바람을 일으키는 듯하다. 문자의 의미와 선의 운동감에서 상호작용을 느낄 수 있다. 텍스트는 추상적인 선의 율동에서 보여주는 운동감에서 의미를 통해 맑은 매화향이 은은히 펴져 가는듯한 상상을 하며 감상하게 된다.21세기 서예는 문자를 이용하여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로써 단순히 전통의 문자를 기록하고 재현하는데 머물지 않고, 서와 예에서 서의 예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순수예술로 확장하고 있다.수중守中 이종훈李鍾勳은 문자로 정감warmth을 담아 대중과 소통하는 서예가다. 그는 2016년 일중서예우수작가상을 받았고, 2017년 백악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2017년 디지털 타임즈는 「서예가 수중 이종훈, 일중선생기념사업회 우수작가 선정」에서 “대구예술대학교 서예과, 계명대학교 일반대학원 한문학과를 졸업한 수중 이종훈 작가는 전, 예, 초, 해, 행을 비롯하여 한글서예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라고 밝히고 있다.인영선은 2017년 「일중우수작가 초대전」의 글에서 “지금 우리 시대 서예 하는 이들을 엄밀히 따지면 서예가는 없고 붓글씨 쓰는 기능인 일 수 밖에 없다.……첫째, 선비 정신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둘째,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야 할 것이다.……수중의 행·초가 여타 서체의 운용보다 압권이라는 생각이다.……지역 특유의 특징이 여실하니 수중만의 독창적인 행·초를 써 보시게. 천자天資가 갖추어졌으니 그 그릇을 넓히기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이호우 시 달밤 · 24×31cm卽事(즉사) · 31×31cm 수중은 “서예란? 나의 모든 것이다. 삶의 희로애락 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의 원천이다. 이전에는 나의 작품을 하는데서 즐거움을 찾았지만, 지금은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또 다른 서예의 묘妙를 찾아가고 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고전을 지금의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법書法 속에서 서書의 법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서예에서 중요한 요소는 개념을 담아내는 것이다. 서예는 문자를 단순히 전달하는 매체가 아닌 필선이나 먹의 흔적을 통해 작가의 철학을 담아낸다. 수중의 서예관은 ‘뜻이 필에 앞선다(意在筆先)’라는 미학적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5번의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그룹, 기획초대전을 통해 전통적인 필의 흔적을 절제를 통해 작가의 개념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또 다른 변화를 위한 단초端初를 여는 시간이 될 것이다.다산선생 시 · 21×31cm讀山海經(독산해경) · 135×135cm 평담진취平淡眞趣의 미학 전통서예는 붓, 먹, 종이, 벼루를 이용하여 이루어내는 ‘획劃’ 중심의 문자예술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생활의 수단, 양식이 바뀌고, 미의식이 다변화됨에 따라 문자예술은 꾸준한 변화해 왔고, 앞으로는 그 변화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이 기반이 되어야 된다. 수중의 작품은 전, 예, 초, 해, 행서와 한글 서체를 두루 익혀 평담진취한 흐트러짐 없는 서書의 법法을 찾아가고 있다.수중은 “내 작품은 고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담백淡白한 그 맛을 찾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수중의 서예는‘평담진취平淡眞趣’한 미학적 특징을 보여준다. 평담平淡이란 단순히 예술창작에서의 평이함을 말한 것이 아니라, 구양수의 『육일시화』에서 말한“감람橄欖을 씹는 것처럼 참된 맛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사공도는 “담담한 것은 갈수록 깊어진다.”라고 했고, 유희재는 “담담한 가운데 의취意趣가 있다.”라고 했다. 이는 바로 천천히 찝으면 달콤한 즙이 나오는 것과 같이 풍부하고 심오한 사상과 내용을 작품으로 드러내야 한다청구영언 시조3수 · 33×33cm묵매墨梅, 조매早梅 · 120×175cm<청구영언3수>는 한글과 한문의 혼서다. 한글서체는 궁체의 조형 형식을 지키면서도 한문서체와 어울려 궁체의 조형에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수중은 궁체의 중성의 종획을 일정하게 하는 조형 방식을 일정 지키면서도 한문서체와의 조형을 일체화시켜 자연스럽게 운용하고 있다. 이번 수중의 작품은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재로 화면에 펼쳐내고 있다.<묵매墨梅‧조매早梅>는 매화시 2수를 행초로 썼다. 묵매의 시는 그림의 여백에 쓴 제화시題畵詩다. 곽희는 산수화론에서 화가는 마땅히 관조觀照가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 한 바 있다.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형태 있는 시이다.”라고 했다. 또한 소식도 당대 왕유의 그림을 보고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라고 했다. 이 시를 보면 그림이 보인다.‘벼루 씻는 연못(洗硯池)’은 후한後漢의 장지張芝와 그를 본보기로 삼아 공부했던 동진東晉 왕희지王羲之를 뜻한다. 장지와 왕희지는 서예 공부에 열중했던지 그들이 연못가에서 글씨 연습을 할 때면 먹 갈고 붓 씻느라 연못물이 온통 새까맣게 변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는 각고의 노력으로 서예를 연마한다는 뜻으로 수중은 장지와 왕희지의 수련을 평가하고 그 의미를 담아 썼다.洪武丁巳奉使日本(홍무정사봉사일본) · 122×200cm백낙천의 권학문 · 31×27cm 문자는 축적된 문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심미적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서예는 문자의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형식을 보여준다. 서예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생기가 없다는 것이다. 수중은 자연과 문학작품의 대상에 대한 정감을 감정이입하여 생기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듯 수중의 작품은 감상하면 할수록 평담平淡하면서도 깊은 운미韻味를 느낄 수 있다. 필자가 수중에 주목하는 이유다. 타는 목마름으로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한 그의 예술 여정을 응원한다.和子由澠池懷舊(화자유민지회구) · 90×150cm秋朝覽鏡(추조람경) · 36×28cm손로원선생의 시 봄날은 간다 · 43×33cm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기대하며 아직 가지 않은 미지의 길을 간다는 것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호기심에 무심코 낯선 미지의 길로 들어선다. 그 미지의 길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기다리고 있다. 그 길에서 문득 익숙한 것을 발견하고 안도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것에 심취할 수도 있다.몸과 함께 붙어있고 숨과 함께 터져 나오는 말의 표상이 문자요, 문자화된 언어를 화면에 펼쳐내는 것이 서예다. 문자는 살아남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 과연 지금의 서예가 텍스트를 뛰어넘을 수 있는가? 문자를 들리게 하고, 움직임을 통해 느껴지게 할 수는 없는가? 지금의 서예는 정신이 신체를 옥죄고, 논리가 감성을 눌러오고 있다. 서예 문화 전체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시대전환이 필요하다.문자의 이미지를 통해 쾌감과 시각적 만족을 얻으려는 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의 어느 시기에나 존재해 왔다. 한자, 이집트 상형문자, 이슬람 문화권의 문자가 대표적이다. 문자는 상징체계 외에도 시각적, 장식적 요소를 함께 구비하고 있다. 문자들을 시각적 구성을 구축하는 법칙은 때때로 필기구 즉 붓, 송곳, 종이, 점토판 등 서사 도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2022년 수중 이종훈 개인전 ‘평담진취平淡眞趣의 미학’에서 형상 너머의 심상心象을 찾아가고 있으며 그의 새로움을 향한 심미탐구는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글씨212022.12.16<전시정보>갤러리 일백헌수중 이종훈 초대전전시기간 : 2022. 11. 18(금) ~ 11. 24(목)전시장소 : 갤러리 일백헌기획 : 글씨21 · 초대 : 갤러리 일백헌(서울 종로구 북촌로 81)
갤러리 일백헌 탄주 고범도 초대전 <한글을 한글하다>
낭만서객, 그 감각과 균형의 조응 석태진 (글씨21 대표, 갤러리 일백헌 관장) 서예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동양 삼국(한,중,일)의자존심이자 삼국모두 한자를 기반으로 통용하는 국가의 문자예술입니다. 꿈 · 45×85cm백두무궁한라삼천 · 120×70cm하지만 각 국가마다 각자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예는 한자서예, 한글서예, 가나서예로 크게 분류 되고 특히, 서예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자 서예는 다양한 서체, 다양한 조형요건을 갖추고 있어 글맛을 내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다송 · 94×45cm하지만 한글의 경우 그 획의 요건이 매우 간결하고 표현의 형식도 제한적이어서 관자로 하여금 미적 감흥을 끌어내기 곤란한 입장을 안고 있습니다만 작가는 능숙하게 그 실마리를 풀어내고 있음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탄주 고범도 작가는 한자 서예의 중진작가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한글작업은 한자서예 그 이상의 매력이 있습니다. 맑고 곧은 신념 · 75×24cm 천고지만물 · 49×128cm 일목요연한 궁체의 깔끔하고 정성스러움에서 볼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성정을 잘 더러 낸 붓의 놀림이 약간의 긴장감, 약간의 어눌함, 약간의 낭만이 곁들어진 풍류인의 글씨라 함이 어울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믿음은 산처럼 솟고 사랑은 강같이 흘러 · 122×32cm빛과 소금 · 75×21cm 하지만 세세히 관찰하다 보면 작가 나름대로의 규율이 있는 듯합니다. 획과 획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넘어질 듯 서있는 중량감, 그리고 필압의 경중 등에서 보여준 결과물은 분명 고전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습니다. 반야심경 · 15×21cm×2 예서체에 보이는 획의 질감과 결구 그리고 탁월한 조형성을 낚아 자형에 담았고 옛 한글서간이나 행초에서 비롯된 미적 흐름과 운율을 공간속으로 끌어안아 융화 시킨 탁월함이 눈에 보입니다. 윤선도 시조 · 36×28cm응… · 18×70cm더불어 옛 글씨와 옛 그림 수집을 통한 안목도 한 몫 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씨에 대한 집착과 고전탐구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화 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독특한 한글 서예로 표현 됐다고 여겨집니다. 초의선사시-산천도인의 사차시의 화운하여 · 139X34cm 이번 초대전을 통해 오늘날의 한글서예가 어떻게 전개 되어야 할지, 현실의 서예가 어떻게 이 고난의 시절을 견뎌낼 수 있음에 대한 작은 울림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초대에 응해 주시고 좋은 작품으로 답 주신 탄주 선생께 거듭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2023.01.04글씨21<전시정보>갤러리 일백헌탄주 고범도 초대전 <한글을 한글하다>전시기간 : 2022. 12. 2(금) ~ 12. 8(목)전시장소 : 갤러리 일백헌기획 : 글씨21 · 초대 : 갤러리 일백헌(서울 종로구 북촌로 81)
이 작가의 思생활 삼여 김종건
이 작가의 사생활 [삼여 김종건]‘제주에 품은 달’ 몇 해 전 제주를 들렀을 때 일이다. 지금의 작업실이 있기 전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 굽이 길목에 ‘바보리’ 라는 팻말 세워져 있음을 보았다. 그땐 그저 바보리(바다가 보이는 마을)라는 동네 이름정도로 이해했고 동네 이름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수개월 지나 다시 제주 애월읍 수산리를 들릴 일이 있어 작가를 만났는데 그 바보리가 바로 작가 김종건의 작업실 명칭이었을 줄이야. 한 때 잘 나가던 필묵아카데미 원장이자 한국 캘리그라피의 선구자였던 김종건이 제주로 거처를 옮긴 건 쉼 없이 달려온 도시문명에 대한 본능적 배반과 순수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가운 문명의 이성적 활동보다 자아를 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었음이 분명하다. 어쩌면 제주는 예술가에게 우아한 피난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곳에 정착한 그의 내면에서 수평선위의 큰 달이 손짓하고 있음 보았다. 예술가가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고 하여 그 결과물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그 순간에 헌신하면서도 지금의 순간을 뛰어 넘어야 비로소 조금 티가 나는 글씨, 그림. 그런 결과물은 완벽하게 담아내기엔 참 아득하고도 멀다. 그리고 손짓하는 달과 조응하기 위한 행위는 아름답지만 때론 아프기도 하다. 천만송이 꽃을 피우기 위한 예술적 삶에 동반자가 여럿 어우러져 있는 곳, 그곳에서 본질의 가치가 아름답게 다듬어지는 순간들이길 기대하며 작가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담아 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기도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산다. 그러다가 때로는 정말 신비스럽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풍경,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이곳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 윌리엄 서머셋 - SAMYO-22013Q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하신 이유?A 일단 제주도 내려온 지 다음 달이면 6년 차가 되는데요. 일단 처음에는 내려오게 된 목적은 5년 전에 필묵의 서울 북촌에 있었을 때는 5년 전에 20주년 행사를 하면서 그동안 20년 동안에는 글씨를 써왔던 게 제 글씨가 아니라 어떤 남이 의뢰를 해가지고 거기에 맞춘 글씨를 작업을 했다면 그 가운데에서는 제 글씨에 대한 제 작품에 대한 음 제 작품을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10년 전에 제주도 강의하러 내려오면서 그런 제주도 환경도 보고 자연경관이라든지 그 다음에 창고에서 작업할 수 있는 큰 대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큰 작업실이 필요했었는데 그런 공간적인 거라든지 그런 면에서는 제주도에서 작업하기가 굉장히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아내와 상의하고 1년만 살기로 합의를 보고 내려오게 됐죠.근데 그 1년이 이제 지금 어느덧 다음 달이면 6년이 되는데 아내도 굉장히 좋아하고 또 아이들이 같이 공부하고 놀기에는 더더욱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그렇게 됐는데 그런 면에서 서울보다는 작업하기에는 훨씬 더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SAMYO-22022 SAMYO-21003Q 제주도에 내려와서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A 일단은 첫 번째 목적은 작업을 하러 왔기 때문에 그 작업할 수 있는 그 조건은 굉장히 좋았던 것 같아요. 이제 넓은 작업실에서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누구 터치 받지도 않고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있었고 그 다음에 그 가운데에서는 이제 가끔씩 지인들이 찾아와서 같이 또 이제 즐길 수 있는 같이 대화도 나누고 또 늦게까지 이제 또 놀기도 하면서 그런 가운데에서 서울에 있었을 때보다는 더 훨씬 더 재미있는 즐거운 시간이었고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이제 그런 가운데에서 목적은 작업하러 왔으니까 그거는 채워지고 굉장히 좋았던 반면에 작업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낄 거예요. 제주도에 있으면서는 젊은 사람들은 경제적인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다시 서울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렇게 보내고 있는데 그러한 면이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돼요. 저는 일단 제주도 여행을 오시다 보면 돌담이 있죠. 돌담을 보면 그 틈 사이가 있는데 제주도 말로는 트멍이라고 하더라고요 트멍이 이제 돌담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작은 것도 있고 또 거기에 시멘트로 칠한 것도 있고 또 굉장히 뻥 뚫린 것도 있고 한데 저희 집은 이제 농가 주택인데 집에 이제 돌담을 보면 그 틈 사이에 이제 바깥 풍경도 보이고 또 담쟁이도 타고 올라오고 거기에 꽃도 피고 바깥 세상과의 소통과 그다음에 바람도 불어오고 그 틈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꽃도 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삶이 제주도에서의 어떤 저의 삶이 아닐까 이제 그런 생각이 듭니다.SAMYO-20010 SAMYO-20011 Q 제주도에서의 삶이 작가에게 준 영향A 꽃이라는 글자를 계속해서 이제 천 개 정도는 천 작품 정도는 해보자 그래서 이제 한 5년 전에 제주도 와서 마지막 천개의 작품을 했었는데 그렇게 한글을 하면서 그 다음에는 제주도 내려와서 도구의 변화죠 화선지와 먹물이 아닌 아크릴 물감과 광목천의 아크릴 물감으로 꽃이라는 작업을 회화를 다시 한 번 1천 개를 해보자 그래서 이제 판매를 1천 개 정도 제작을 해서 그때 1년을 목표로 작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가운데에서 꽃이 회화로 가면서 꽃자의 글자가 해체되기도 하고 그 다음에 아예 꽃을 넘어서 그냥 추상 회화까지 이제 조금씩 이렇게 변화되는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크기는 한 2호 정도 사이즈가 되는데 그 다음 해에는 이제 2호에서 20포 정도로 좀 더 크기를 해서 거기서 또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을 하고 그 다음에 좀 더 크게 화면을 크게 작업을 했죠. 이제 100호 200호 300호까지 이제 확장이 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제 제 작품의 스타일을 찾기보다는 다양하게 작업을 해보자 그러면서 이제 도구에 대한 것도 광목천이 아니라 또 다른 이제 도구를 이용한 그런 화판 작업도 이제 해보고 그렇게 해서 이제 어느덧 제주도에서 오 년 동안 자유롭게 작업을 한 시기가 아닌가 그래서 서예에서 회화로 가는 그 오 년간의 제주도 생활에서 있었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 도구도 많이 변했고 그렇게 해서 이제 하나의 작품을 한다면 또 하나는 이제 붓과 먹으로 또 계속 작업을 하는 거죠. SAMYO-21005SAMYO-20012SAMYO-19200Q 앞으로 작가의 작품 방향A 일단은 그동안 이제 여기 와서 작업했던 게 이제 다양한 어떤 실험이었다면 이제 그 가운데에서도 몇 가지로 이제 좁혀질 수가 있는데 일단 드로잉인 것 같아요. 드로잉에는 직접 우리가 쓴다라는 그런 행위와 그다음에 또 긁는 거 그다음에 이제 뿌리는 거 이 세 가지가 있는데 그거는 제가 그동안 했던 어떤 서예에서 나오는 어떤 그 필력 운필 그런 거에서 나오는 서양 사람들이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 획에 조형은 또 한글에서 그동안 다뤄왔던 한글을 쓰면서 다뤄왔던 그런 조형들이 그 작품에서 묻어나지 않을까 그런 작업을 계속 해서 집중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SAMYO-20013SAMYO-20030 SAMYO-22101Q ‘현대의 서예’에 관한 작가의 생각A 저는 일단은 서예라는 서의 문자 조형 예술이라고 하는 그 작업도 물론 하겠지만 그 안에 가두지 않고요 그냥 더 넓게 회화라고 하는 부분에서 작업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문자뿐만이 아니라 문자를 떠나서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거고 그런데 그 힘은 일단 많은 지금 몇몇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서예에서 나오는 그 훈련들 그런 회계에 대한 것들이 서양 사람들이 못하는 그런 드로잉인 것 같아요.그래서 현대 서예라는 것보다는 그냥 어떤 그림 회화로서 추상회화로서 또 문자 추상이 될 수도 있고 더 자유롭게 활동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 그다음에 도구도 문방사우라고 하는 큰 장점도 갖고 있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도구를 이 시대에 와서 자기만의 문자 조형을 만들어가는 그런 과정인데 그렇게도 물론 충분히 멋진 예술을 할 수 있지만 저는 그것만 고집하지는 않고 어떤 다양한 도구들을 통해서 지금 하는 거는 이제 아크림 물감인데 나중에 또 아크림 물감이 다른 도구로 발전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그런 도구를 통해서 충분히 더 재밌게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먹색에 저도 이제 먹만 고집할 수는 있지만 또 칼라가 주는 그런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그 칼라도 나만의 칼라를 찾을 것이고 그걸 더 집중성 있게 다양성으로 표현하려고 합니다.SAMYO-22013Q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A 일단 작가라고 하면은 이제 창조성을 얘기할 수 있을 텐데 독창적인 작품을 하는 거죠. 남이 하지 않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또 좋아할 수 있고 또 작품성도 뛰어난 그런 작업을 하고 싶은데 일단은 남는 거는 그런 것 같아요. 작품으로 남기는 건데 그런 작품에 안에서는 일단 그동안 했던 서예를 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그래서 서예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작품이 탄생되지 않은 그리고 그 서예는 과거에 초등학교 때부터 써왔고 계속 써왔고 지금도 어떤 그 행위를 통해서 작품에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하고 있는 그런 작품이 되는 거죠. 그래서 계속해서 할 것이고 또 그거를 작품에 녹아내고 그다음에 그게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이제 작품이 굉장히 독창적인 어떤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철학적인 것도 포함이 돼서 많은 전 세계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탄생시키는 거죠. SAMYO-23020Q 앞으로의 작가의 활동계획A 서울에서의 20년 제주도에서 지금 5년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할까 아까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여기서 계속 작업만 하기에는 제 욕심인 것 같고 물론 작업은 여기서 계속하겠지만 하는 목적은 굉장히 작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거죠. 제주도가 그래서 큰 작업 위주로 좀 많이 할 것 같고요 그다음에 서울에 가서 내년 1월부터 첫 전시를 하게 되는데 그동안 했던 것들을 뭐 큰 대형 전시가 아니라 작은 전시라도 조금씩 보여주는 거죠. 반응들도 보고 그렇게 해서 내년에 서울 전시를 통해서 활동을 할 예정이고 더 나아가서는 이제 아트페어라든지 세계의 어떤 아트페어도 나가면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로서 더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또 작업도 제주도에서 하면서 그런 어떤 비즈니스 모델도 새롭게 만들고 그래서 후배들이 지금 캘리그라피라는 거를 통해서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지만 또 서로 경쟁을 하잖아요. 이제 그런 게 아니라 작품 활동을 해서 또 작가로서도 그런 경제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기도 합니다.2023.01.31글씨21